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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김주찬의 교육이야기]자사고 폐지, 호들갑 떨 일 아니다

전주 상산고와 경기 안산동산고가 지난 20일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기준점수에 미달, 지정이 취소됐다. 또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전국 24개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의 운명이 결정된다.

 

교육청과 폐지 찬성론자들은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의 주범이며, 일반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최근 서울대학교 입시 결과만 봐도 일반고 출신 합격자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 학교들이 국어, 영어, 수학 등 중요 교과목 위주의 교육 과정을 편법으로 운영했고 과도한 선행학습을 하도록 부추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사고 측과 해당 학부모들은 각 교육청의 결정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고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자사고 및 해당 학부모들은 자사고 폐지 정책이 정치 또는 진영논리에 입각한 전형적인 포풀리즘이라고 반발한다. 이들은 자사고가 폐지된다고 해서 과열된 사교육 시장과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중립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정권에 따라 교육정책이 바뀌는 상황을 우려하고, 급격한 정책 변화로 인한 학생, 학부모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양비론을 펼친다.

 

입장과 생각에 따라 각양각색이지만 분명 각자의 논리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자율형 사립고는 김대중 정부가 2002년 시범 실시했고, 이명박 정부 이후 본격화됐다. 현재 전국의 자사고는 총 42곳이며, 올해 재평가 대상은 24개교이다.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받는 자사고는 정부 지원없이 학생 등록금과 재단 전입금으로 운영되며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 수준까지 받을 수 있다. 자사고는 5년 단위로 평가해 재지정 또는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왜 굳이, 지금에서 자사고를 폐지하느냐에 대한 현실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고, 국제적인 경쟁력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특목고나 자사고, 국제고 등의 존재가치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직설적으로 말해 현재 자사고가 교육의 다양성에 걸 맞는 학교인지 스스로 반문할 필요가 있다. 일반고에 비해 학생 만족도는 높을지 모르지만,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입시 명문고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다.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자사고들이 입시학원과 같은 교육시스템으로 대학 진학에 최우선적인 목적을 가지고 학교 운영을 해왔다는 비판에 대해 자신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17년 외고·자사고 존폐에 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52.5%,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7.2%,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0.3%로 집계됐다. 학부모 중에서는 55.4%가 폐지를, 27.7%가 유지를 주장했고 학부모가 아닌 경우도 폐지 51.5%, 유지 27.0%로, 두 경우 모두 폐지 의견이 훨씬 많았다. (2년이 지났지만 지금과 그렇게 차이가 클 것 같지는 않다.)

 

초기 설립 취지와 달리 자사고의 특성이 사라지고,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일반고의 황폐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엄격하게 기준을 정해 폐지든 보완이든 해야 한다. 교육정책의 잦은 변화로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를 알면서도 기득권을 보호하자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교육 정책은 언제나 시끄럽다. 우리나라처럼 입시가 절대절명의 과제인 상황에서는 어떤 정책이 나오든 개개인의 상황, 집단의 입장, 진영 논리, 교육철학간의 충돌로 이어진다.

하지만 자사고가 없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교육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너무 호들갑떨 필요는 없다. 어떤 일이든 문제가 생기면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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