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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컬럼

[김진희의 상담컬럼] 분석심리학: 이야기 '토끼와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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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의 상담컬럼]

분석심리학: 이야기 '토끼와 거북이'

 

 

▮ 이야기는 인간의 마음을 그린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건들을 경험하고 그 이야기를 언어로 표현한다. 이야기를 언어로 표현하거나 서술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혹은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는데, 이야기하기는 정신건강에도 대단히 유용하다. 이야기는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이루어지는 공동의 작업이며 한 개인의 이야기하기를 통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가치관이나 삶의 기준들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내 자신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과 관련된 삶의 내용들인데 이처럼 대개의 이야기들은 자아가 ‘그림자’를 극복하고 아니마 또는 아니무스를 만나 진정한 자기에 이르는 개성화를 보여준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인 ‘자아’가 자신이 용납하기 어려운, 무의식적으로 열등한 인격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그림자를 극복하고 개성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할 수 있다.

 

▮ 가면을 쓴 인격: 페르소나

그림자는 자아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자신이 용납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자는 자신의 억압된 약점이나 본능으로 아니마, 아니무스, 페르소나와 함께 원형에 포함된다. 융(C. G. Jung)은 그림자가 본능적이고 비합리적이며 투사적이기 때문에 인생의 어두운 특징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페르소나란 사회적 가면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쓰게 되는 조금 다른 나의 모습이다. 사회적 역할인 페르소나와 자신을 점점 동일시하게 되면서 열등감을 일으키고 심리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주어진 역할을 맡게 되고, 점점 그 역할을 ‘나’라고 믿게 되면서 페르소나가 점점 자아를 삼켜버린다. 자신의 본질을 잃어버린 채 페르소나가 발현되는 상황에서만 자신을 느낄 수 있고 그 안에서만 자신이 의미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게 되면서 높은 기대치를 가지게 된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면서 점점 더 애를 쓰게 되면서 긴장과 불안 속에서 점점 위축되고 페르소나는 팽창한다. 페르소나가 팽창하게 되면 자신의 나머지는 축소되거나 왜곡되는데 페르소나가 점점 팽창되면서 폭발을 시키는 것이 감정적, 정서적 질환이 된다.

 

▮ 자신감 회복을 위한 이야기: 토끼와 거북이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옛날에 토끼와 거북이가 살았는데 심심하던 토끼는 거북이와 놀고 싶었지만 거북이는 저 멀리서 천천히 기어오니 답답해 보였다. 토끼는 거북이에게 자기가 빨리 뛴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고 누가 먼저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까지 도착하는지 경주를 하자고 제안한다. 경기가 시작되자 토끼는 거북이보다 훨씬 빨리 뛰어갔다. 토끼는 저 밑에 있는 거북이를 보면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조금 쉬었다 가야지 하다가 그만 잠이 들어 버린다. 한참을 잔 토끼는 잠에서 깨어나 거북이를 찾았지만, 거북이는 어느새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 가까이 기어가고 있었고, 결국 거북이가 우승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토끼는 ‘능력자, 지배자’이며 거북이는 ‘성실하게 노력하여 성공을 거두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대변된다. 분석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토끼와 거북이는 서로 자신의 그림자를 투사하고 있다. 토끼는 거북이를 보면서 능력이 없고, 게으른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의식으로 자신의 열등한 면을 보게 된다. 토끼는 자신의 그림자를 본 순간 거북이를 미워하게 되었고 궁지에 몰아넣기 위하여 경주를 하자고 한다. 또한 낮잠을 잔 이유는 자신의 그림자, 즉 무의식에 잠재된 어두운 면을 보기 두려워서 한 행동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거북이 또한 토끼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무의식에 잠재된 그림자와 맞서게 된다. 토끼처럼 잽싸지 못한 열등감이 거북이를 사로잡고 있었고 토끼가 거북이의 그림자를 건들자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시합에 응한 것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거북이는 결코 성실한 사람의 표본이 아니며 토끼를 이겨보겠다고 하는 거북이의 영웅심리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결과가 된다. 현실을 망각하고 자신의 그림자에 사로잡힌 불안한 사람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거북이는 토끼보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없으며 게으르지 않다. 토끼는 토끼가 사는 세계인 들판에서 잘 뛰겠지만, 거북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인 바다에서 수영을 더 잘하기 때문이다. 만약 바다에서 경주를 하게 된다면 누가 더 유리할까? 이때는 토끼가 바로 약자가 되는 것이다. 동화 ‘토끼와 거북이’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진 아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이다. 현실 속에서 할 수 없는 일이 자신의 능력과는 무관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무능해서가 아니라 현실적 상황이 그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인식시켜 주기 때문이다.

 

▮ 개성화: 자기실현의 과정

자신의 그림자를 극복하고 개성화를 보여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개성화가 목표로 하는 자기’란 페르소나와 관련된 모든 거짓을 벗고 원형(타고난 심리적 행동 유형)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를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즉 개성화된 인간은 의식과 무의식 수준에서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자기 수용으로 인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맡은 역할과 진정한 자신을 혼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를 통합하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표출한다. 또한 집단무의식에 대해 개방적이고, 인류에 대하여 보다 많은 연민의 정을 느끼며, 태도나 기능 혹은 원형의 특정 측면에 지배를 받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양자택일의 문제에 놓인다. 성급히 한쪽으로 결정하지 않고, 양자의 갈등에서 적극적으로 고민을 하다보면 오히려 또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일반화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삶이며 이것을 ‘개성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친한 친구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에 대해서 내가 부러움을 느끼고 있다면 가만히 나의 마음을 들어다 본다. 부러운 감정을 느끼는 그 순간이 바로 나의 무의식이 올라오는 순간이며, 꾹꾹 숨겨놓고 억눌려 놓았던 나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의 마음속에서 왜 부러움을 느끼는지 생각해 보면서 무의식에 가둬 두었던 나의 어두운 영역을 만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나의 모습을 비난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그 ‘어떤 것’을 가질 수 있어!라고 상기시켜주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해야 한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가 아니라 “내가 왜 부러워하는지 이유를 모르면 지는 거다.” 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나의 감정을 이해해 주고, 수용하면 ‘부러움’은 점점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

 

 

분석심리학에 기초한 이야기 심리치료(박종수)/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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